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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culating...

있잖아, 여러분, 혹시 일산화이수소, 그러니까 H2O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본 적 있어요? 그게 참… 희한한 물질인데, 색깔도 냄새도 없고, 엄청 변화무쌍해요. 평소에는 순하지만, 가끔은 치명적일 수도 있거든. 어떤 상태냐에 따라서 화상을 입힐 수도 있고,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고. 만약에 유기 분자라도 있으면 탄산을 만들 텐데, 탄산 진짜 얄미워요. 나뭇잎 다 떨어뜨리고, 조각상 표면도 깎아내거든. 엄청난 양으로 몰려와서 막 공격하면 인간이 지은 건물로는 당해낼 수가 없어. 심지어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사람들한테도 위험할 때가 많고. 우리는 그걸 그냥 “물”이라고 부르죠.

근데 물은 진짜 어디에나 있어요. 감자의 80%, 소의 74%, 세균의 75%가 물이래. 토마토는 거의 95%가 물이고, 심지어 사람도 65%가 물이거든. 그러니까 우리 몸은 액체랑 고체의 비율이 거의 2대 1 정도 되는 거지. 참 신기한 게, 물은 모양도 없고 투명한데, 우리는 자꾸 물가에 있고 싶어 하잖아요. 맛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마시고 싶어 하는지. 돈 엄청 들여서 멀리까지 가서 햇빛에 반짝이는 물을 보려고 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매년 수천 명이 물에 빠져 죽는데도, 물에 들어가서 놀고 싶어 안달이고.

워낙에 흔하니까, 물이 얼마나 특이한 물질인지 잘 모를 때가 많아요. 다른 액체 성질을 짐작하는 데 물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고. 만약에 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화학적으로 비슷한 물질, 특히 셀렌화수소나 황화수소 같은 걸 기준으로 생각할 텐데, 그러면 물이 영하 93도에서 끓고, 상온에서는 기체가 될 거라고 예상할 걸?

대부분의 액체는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가 줄어들어요. 물도 처음에는 그래. 근데 어느 정도까지 줄어들다가, 어는점 가까이 가면 갑자기 팽창하기 시작하는 거야. 진짜 웃기지 않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고체로 변하면 원래 부피보다 거의 10%나 커져요. 물이 얼면서 팽창하니까 얼음이 물에 뜨는 거고. 존 그리빈이라는 사람이 그랬는데, 이게 “엄청나게 특이한 성질”이래요. 만약에 얼음이 가라앉으면, 호수랑 바다가 바닥부터 얼어붙을 거거든. 표면에 얼음 막이 생겨서 안쪽에 열을 가두지 못하면, 물에 있던 열이 다 빠져나가면서 더 차가워지고, 얼음이 더 많이 생기겠지. 그러면 금방 호수랑 바다가 꽁꽁 얼어붙고, 아마 엄청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그런 상태로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생명체가 살기 힘들겠죠. 다행히 물은 화학 법칙이나 물리 법칙 같은 거 모르는 것 같아.

다들 알다시피, 물의 화학식은 H2O예요. 산소 원자 하나에 수소 원자 두 개가 붙어 있는 거지. 수소 원자는 산소 원자를 엄청 꽉 붙잡고 있는데, 다른 물 분자들이랑도 쉽게 들러붙어요. 그래서 마치 다른 물 분자들이랑 춤을 추는 것처럼, 잠깐씩 짝을 이루다가 또 다른 데로 움직이는 거지. 로버트 컨지히라는 사람은 이걸 보고 마치 포크 댄스처럼 계속 파트너를 바꾼다고 표현했어. 컵에 담긴 물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분자들이 1초에 수십억 번씩 짝을 바꾸고 있는 거야. 그래서 물 분자들이 뭉쳐서 웅덩이나 호수를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렇다고 너무 꽉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연못에 뛰어들어 보면 알잖아요. 실제로 어느 순간을 딱 잘라서 보면, 물 분자 중에 15% 정도만 서로 붙어 있대요.

어떻게 보면, 이 결합이 엄청 강하기도 해요. 그래서 물이 빨대를 타고 올라가고, 자동차 엔진 덮개에 있는 물방울들이 뭉쳐서 물방울을 만들고. 물에 표면 장력이라는 게 있는 이유도 그거거든. 표면에 있는 분자들은 위쪽에 있는 공기 분자보다 아래쪽이랑 옆쪽에 있는 분자들을 더 강하게 끌어당겨요. 그래서 얇고 튼튼한 막이 생기는 거고, 곤충이 그 위에서 걸어 다닐 수도 있고, 우리가 돌멩이로 물수제비를 뜰 수도 있는 거고. 다이빙할 때도 어느 정도 지탱해 주는 역할도 하고.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물이 없으면 우리도 없어요. 물이 없으면 우리 몸은 금방 망가져 버릴걸. 며칠만 지나도 입술이 사라지고, 잇몸이 까맣게 변하고, 코는 반으로 줄어들고, 눈 주변 피부가 너무 쪼그라들어서 눈도 못 깜빡일 정도가 된다는 얘기도 있잖아. 물이 우리한테 너무 중요하니까 잘 모르지만, 지구에 있는 물 대부분은 우리한테 독이에요. 그것도 엄청 독해. 왜냐하면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 있거든.

소금이 있어야 우리가 살 수 있긴 한데, 아주 조금만 필요해요. 바닷물에는 소금이 너무 많아. 우리 몸이 안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70배 정도 많거든. 바닷물 1리터에는 소금, 우리가 음식에 뿌려 먹는 소금 있죠? 그거 2.5 티스푼 정도 들어 있고, 다른 원소나 화합물, 녹아 있는 물질들도 엄청 많이 들어 있어요. 그걸 다 합쳐서 그냥 “소금”이라고 부르는 거지. 우리 몸에 있는 소금이랑 미네랄 비율이 바닷물에 있는 비율이랑 거의 비슷하대요. 마굴리스랑 세이건이 그랬는데, 우리가 흘리는 땀도 바닷물이고, 눈물도 바닷물이래요. 근데 참 이상하지. 우리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소금은 잘 못 참거든. 몸에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금방 위험해져요. 세포 안에 있던 물 분자들이 갑자기 소방관들처럼 몰려가서 소금을 희석시키고 씻어내려고 하거든. 그러면 세포가 심하게 탈수돼서 제대로 작동을 못 하는 거야. 간단히 말해서 세포가 말라 버리는 거죠. 심하면 발작이 일어나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뇌가 손상될 수도 있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혈액 세포는 소금을 간으로 옮기고, 결국 콩팥이 너무 부담스러워져서 작동을 멈춰 버려요. 콩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죽는 거고. 그래서 바닷물을 마시면 안 되는 거예요.

지구에는 물이 13억 세제곱킬로미터나 있대요. 그게 전부야. 시스템이 닫혀 있어서, 물이 더 늘어나지도 않고, 줄어들지도 않아요. 우리가 마시는 물은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계속 여기 있었던 물인 거야. 38억 년 전에 바다는 지금이랑 거의 비슷한 크기가 됐대요.

물을 다 합쳐서 수권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바다예요. 지구에 있는 물의 97%가 바다에 있고, 태평양이 제일 크죠. 태평양 면적이 육지 면적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대요. 전체적으로 보면 태평양이 바닷물의 절반 이상, 51.6%를 차지하고, 대서양이 23.6%, 인도양이 21.2%, 나머지 바다들을 다 합쳐도 3.6%밖에 안 돼. 바다 평균 깊이는 3.86km 정도 되고, 태평양은 대서양이랑 인도양보다 평균 300m 정도 더 깊어요. 지구 표면의 60%가 깊이 1.6km 이상의 바다로 덮여 있는 거야. 몰리프 보어가 그랬는데, 우리 행성은 지구라고 부르면 안 되고, 물 행성이라고 불러야 된대요.

지구에 있는 물 중에 3% 정도만 민물인데, 대부분은 빙하 형태로 존재해요. 호수나 강, 저수지에 있는 민물은 진짜 조금밖에 없어. 0.036%밖에 안 되고, 구름이나 수증기 형태로 있는 건 더 적어요. 0.001%밖에 안 된대. 지구에 있는 얼음의 거의 90%가 남극에 있고, 나머지는 주로 그린란드에 있어요. 남극에 가면 3km 넘게 쌓인 얼음 위에 서 있는 거고, 북극에는 4.6m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 남극에만 얼음이 2,500만 세제곱킬로미터나 있는데, 그게 다 녹으면 해수면이 60m나 높아진대요. 반면에 대기 중의 물이 다 비가 돼서 똑같이 내린다고 해도, 바다 깊이는 2cm밖에 안 깊어져요.

참고로, 해수면은 거의 이론적인 개념이에요. 바다는 절대 평평하지 않거든. 조류나 해풍, 코리올리 효과 때문에 바다 수위가 다 다르고, 같은 바다 안에서도 수위가 달라요. 태평양 서쪽 가장자리가 동쪽보다 45cm 정도 더 높대.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원심력 때문이래요. 물통을 끌면 물이 반대쪽으로 쏠리는 것처럼,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니까 바닷물이 서쪽 가장자리로 쏠리는 거지.

바다는 옛날부터 우리한테 엄청 중요했잖아요. 그래서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바다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게 좀 신기해. 19세기까지도 우리는 바다에 대해서 해변으로 밀려온 것들이나 어망에 걸린 것들로만 겨우 짐작했거든. 거의 모든 기록들이 실제 증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추측에 기반하고 있었고. 1830년대에 영국의 박물학자 에드워드 포브스가 대서양이랑 지중해 해저를 조사했는데, 600m 아래에는 생명체가 아예 없을 거라고 발표했어요. 그 깊이에는 빛도 없고, 압력도 엄청 높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런데 1860년에, 3km 넘게 깊은 곳에 깔려 있던 대서양 횡단 케이블을 수리하려고 끌어올렸는데, 거기에 산호나 조개, 작은 생물들이 엄청 많이 붙어 있는 걸 보고 다들 깜짝 놀랐대요.

1872년에 돼서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바다 조사가 시작됐어요. 대영 박물관이랑 왕립 학회, 영국 정부가 힘을 합쳐서 퇴역한 군함 챌린저호를 타고 포츠머스 항에서 출발한 거야. 3년 반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물도 뜨고, 물고기도 잡고, 침전물도 건져 올리고. 엄청 지루한 일이었겠죠. 과학자랑 선원 240명 중에 4분의 1은 도망갔고, 8명은 죽거나 미쳐 버렸대요. 역사가 사만다 웨인버그가 그랬는데, “오랜 시간 동안 지루한 생활을 하니까 뇌가 마비되고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7만 해리나 항해하면서 4,700종이 넘는 새로운 해양 생물을 발견했고, 50권이나 되는 보고서를 쓸 만큼 자료를 모았대요. 그 덕분에 해양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생긴 거고. 깊이를 측정하다가 대서양 한가운데에 산맥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는데, 그걸 보고 아틀란티스를 발견했다고 흥분한 사람도 있었대요.

세계 각국의 학계에서는 바다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열정적인 아마추어들이 바닷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현대 심해 탐험은 1930년에 찰스 윌리엄 비비랑 오티스 바턴이 시작했어요. 둘이 동등한 파트너였는데도 기록에는 항상 비비만 더 부각되더라고. 비비는 1877년에 뉴욕에서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공부하고, 뉴욕 동물학회에서 새 키우는 일을 했대요. 근데 그 일이 너무 지루해서 모험가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대. 그 후 25년 동안 아시아랑 남미를 돌아다니면서 예쁜 여자들을 조수라고 데리고 다녔는데, 이름도 “역사학자 겸 기술자”나 “어류 문제 조교”라고 그럴듯하게 붙였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정글 가장자리》나 《정글에서의 나날》 같은 책을 쓰고, 야생 동물이나 조류학에 관한 좋은 책도 몇 권 썼대요.

1920년대 중반에 비비가 갈라파고스 제도에 갔다가 심해 잠수에 푹 빠졌대요. 그러다가 바턴이랑 같이 일하게 된 거고. 바턴은 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컬럼비아 대학교도 다니고, 모험을 좋아했다고 해요. 공은 거의 비비가 다 가져갔지만, 실제로 심해 탐사구, 배티스피어를 설계하고 1,200달러를 들여서 만든 사람은 바턴이었대요. 3.8cm 두께의 주철로 만든 작고 튼튼한 잠수함이었는데, 7.6cm 두께의 석영 유리창도 두 개 달려 있었대요. 안에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엄청 좁은 공간에서 붙어 있어야 했겠지. 그 시대 기준으로 봐도 기술이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긴 밧줄에 매달려 있는 형태였고, 이산화탄소를 없애려고 석회 통을 열거나, 습기를 흡수하려고 염화칼슘이 담긴 작은 그릇을 열어 놓는 게 전부였대요. 화학 반응을 빨리 일으키려고 종려나무 잎사귀로 부채질을 할 때도 있었고.

그래도 이름도 없던 작은 배티스피어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어요. 1930년 6월, 바하마 제도에서 처음으로 잠수했을 때 바턴이랑 비비는 183m까지 내려가서 세계 기록을 세웠대요. 1934년에는 900m 넘게까지 내려갔고. 그 기록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깨졌대요. 바턴은 그 장비가 140m 정도까지는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대요. 1m씩 내려갈 때마다 볼트랑 리벳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쨌든 그 깊이에서는 엄청 용감하고 위험한 일이었을 거예요. 900m 깊이에서는 작은 창문에 가해지는 압력이 1제곱센티미터당 2.95톤이나 된대요. 압력이 한계를 넘어서면 그 깊이에서는 즉사하는 거고. 비비는 책이나 글, 방송에서 그런 점을 분명히 밝혔대요. 그래도 제일 걱정했던 건 쇠구슬이랑 2톤짜리 쇠밧줄을 매단 배 옆구리가 부러져서 바다 밑으로 떨어지는 거였다고. 그러면 둘 다 죽는 거니까.

그들의 실험으로 엄청 중요한 과학적 성과를 얻은 건 아니었어요. 전에 본 적 없는 생물들을 만나긴 했지만, 시야도 좁고 둘 다 해양학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원하는 만큼 자세하게 관찰 결과를 설명하지는 못했대요. 쇠구슬 밖에는 불빛도 없어서 250와트짜리 전구를 창문에 갖다 대는 게 전부였는데, 150m 아래에서는 물이 거의 안 보이니까 7.6cm 두께의 석영 유리창을 통해서 겨우 밖을 내다볼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러다 보니 안에서 신기하게 쳐다보는 게 있으면 밖에서도 거의 똑같이 신기하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결국 그들은 밑에 엄청 희한한 것들이 많다는 정도만 보고할 수 있었대요. 1934년에 잠수했을 때는 비비가 깜짝 놀라서 6m가 넘는 굵은 뱀을 봤다고 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그냥 검은 그림자처럼 보였대요.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 후로는 아무도 그런 걸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보고서가 너무 애매모호해서 학계에서는 별로 관심을 안 가졌대요.

1934년에 기록을 깬 잠수 이후로 비비는 잠수에 흥미를 잃고 다른 모험을 찾아 떠났지만, 바턴은 계속 끈기 있게 매달렸대요. 비비는 누가 물어보면 항상 그 활동을 실제로 계획한 사람은 바턴이라고 인정했지만, 바턴은 항상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아. 바턴은 그들의 해저 모험에 대한 멋진 이야기도 많이 쓰고, 심지어 배티스피어랑 사나운 대왕오징어와의 만남을 묘사한 《바다 밑의 괴물》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했대요.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대부분은 허구였대. 심지어 카멜 담배 광고도 찍었다고 하더라고. (“담배를 피우면 신경이 안 쓰인다” 뭐 이런 내용이었겠지.) 1948년에 캘리포니아 근처 태평양에서 1,370m까지 잠수해서 깊이 기록을 50%나 높였는데도 세상은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 한 신문에서는 《바다 밑의 괴물》이라는 영화에 대해서 주연은 사실 비비라고 평가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 그래도 바턴은 운이 좋아서 지금이라도 이름이라도 언급되니까.

어쨌든, 그는 곧 스위스 부자 팀 때문에 묻히게 돼요. 아빠 이름은 오귀스트 피카르, 아들 이름은 자크 피카르였는데, 그들은 새로운 탐사 장비, 배티스카프를 만들었어요. (배티스카프는 심해 잠수정이라는 뜻이래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만들어서 이름을 “트리에스테”라고 지었는데, 이 장비는 혼자 움직일 수 있었대요. 물론 위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었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 1954년 초에 잠수해서 4,000m까지 내려갔대요. 거의 6년 전에 바턴이 세운 기록의 3배나 되는 깊이였지. 근데 심해 잠수에는 돈이 엄청 많이 들어서 피카르 부자는 점점 망해 갔대요.

1958년에 미국 해군이랑 계약을 맺어서 배티스카프 소유권을 해군에 넘겼지만,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대요. 덕분에 큰돈을 벌어서 배를 개조하고, 벽 두께를 거의 13cm까지 늘리고, 창문을 지름 5cm밖에 안 되게 줄였대요. 거의 구멍 수준이었지. 그래도 엄청 튼튼해져서 엄청난 압력을 견딜 수 있게 된 거야. 1960년 1월에 자크 피카르랑 미국 해군의 돈 월시는 서태평양 괌에서 320km 떨어진 곳에서 바다에서 제일 깊은 곳, 마리아나 해구로 천천히 내려갔어요. (마리아나 해구는 해리 헤스가 음파 탐지기로 발견했대요.) 4시간도 안 돼서 10,918m까지 내려갔는데, 거의 11km나 되는 깊이였어. 그 깊이에서는 압력이 1제곱센티미터당 1,200kg이나 되는데도 놀랍게도 바닥에 닿았을 때 해저에 살고 있는 넙치가 놀라서 움직이는 걸 봤대요. 사진 장비가 없어서 기록은 못 남겼지만.

그들은 세계에서 제일 깊은 곳에서 20분밖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올라왔어요. 사람이 그 깊이까지 간 건 딱 한 번밖에 없대요.

40년이 넘은 지금, 왜 그 이후로 아무도 안 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일단 다시 잠수하는 건 해군 중장 하이먼 G. 리코버가 반대했대요. 그는 꼼꼼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제일 중요한 건 해군 예산을 쥐고 있었거든. 그는 해저 탐험이 돈 낭비라고 생각했고, 해군은 연구 기관이 아니라고 했대요. 게다가 당시 미국은 우주 여행에 모든 힘을 쏟고 있었고, 사람을 달에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심해 조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였겠지. 하지만 제일 결정적인 이유는 “트리에스테”가 별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었대요. 몇 년 후에 한 해군 관계자가 그랬는데, “우리는 그냥 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왜 또 해야 하는가?”라고 했다더라고. 요약하자면, 넙치 보러 가는 길은 너무 멀고 돈도 많이 든다는 거지. 지금 다시 하려면 1억 달러는 족히 들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대요.

해군이 약속했던 탐사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게 된 해양 연구자들은 너무 화가 나서 항의했대요. 불만을 잠재우려고 해군은 더 발전된 잠수정을 만들 돈을 지원해 줬는데, 매사추세츠주 우즈홀 해양 연구소에서 관리하기로 했대요. 해양학자 앨린 C. 바인을 기념해서 “앨빈”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앨빈은 조종하기 쉬운 작은 잠수정이었지만 “트리에스테”만큼 깊이 내려갈 수는 없었대요. 문제는 설계자들이 앨빈을 만들어 줄 사람을 못 찾았다는 거예요. 윌리엄 J. 브로드가 《물속의 창》이라는 책에서 그랬는데, “해군 잠수함을 만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를 포함해서 어느 대기업도 조선국이랑 리코버 장군이 싫어하는 프로젝트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결국 믿을 수 없겠지만, 앨빈은 제너럴 푸드사의 아침 식사용 식품 기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만들어졌대요.

바다 밑에 뭐가 있는지 실제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1950년대까지 해양학자들이 볼 수 있었던 제일 좋은 해도는 1929년부터 간헐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약간의 추측을 더해서 그린 정도였대요. 미국 해군은 잠수함이 협곡을 지나고 해산을 피하도록 안내하는 데 필요한 좋은 해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정보를 소련에 넘겨주고 싶지 않아서 비밀로 했대요. 그래서 학자들은 간단하고 낡은 해도를 쓰거나, 그냥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지금도 해저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대요. 흔한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프라카스토로 분화구, 블랑 분화구, 자키 분화구, 플랑크 분화구 등 달 과학자들이 잘 아는 분화구가 엄청 많잖아요. 근데 그 분화구들이 우리 바다 밑에 있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걸. 우리가 가진 화성 지도가 해저 지도보다 더 정확하대요.

해수면에서도 조사 기술은 엉망진창이었대요. 1994년에 한국 배가 태평양에서 폭풍을 만나서 아이스하키 장갑 34,000개가 바다에 휩쓸려 갔대요. 밴쿠버에서 베트남까지 바다에 장갑이 떠다니면서 해양학자들이 해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고.

지금 앨빈은 40살이 다 됐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연구선이래요. 지금 마리아나 해구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는 잠수정은 거의 없대요. 앨빈을 포함해서 5대밖에 없고, 지구 표면의 절반이 넘는 “심해 평원,” 깊은 곳에 있는 해저까지 갈 수 있는 잠수정은 더더욱 없지. 일반적인 잠수정 운영 비용이 하루에 25,000달러나 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바다에 들어가거나, 그냥 운에 맡기고 뭔가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돌아다니지는 않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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