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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모스가 항상 그랬어요. 누가 뭘 부탁하든, 뭐 파티에 오라든가, 발표를 해달라든가, 아니면 뭘 도와달라든가, 암튼 바로 "네!" 하지 말라고. 진짜 하고 싶어도 일단 하루 정도 뜸을 들이라는 거야. 그러면 신기하게도, 하루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전에는 "오, 좋아!" 했을 법한 제안들의 반 이상을 "아, 이건 좀..." 하게 된다는 거지. 시간 관련해서는 진짜 싫으면 그냥 싹 잘라내는 스타일이었대요.
어쩔 수 없이 재미없는 회의나 파티에 가게 되면, 중간에 나서는 게 좀 그렇잖아요. 근데 모스는 그냥, 더 이상 있기 싫으면 바로 나갔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막상 그렇게 해보면, 갑자기 창의력이 팍! 솟아오르고, 몇 초 만에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대요. 한 달에 한 번쯤은 뭔가 포기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면, 그건 충분히 포기하지 않은 거라는 거지. 모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들은 그냥 다 쳐냈대요. 그래서 남은 것들은, 진짜 엄청난 필터링을 거친 '생존자'들인 셈이죠.
근데 좀 의외인 '생존자'가 하나 있었는데, 삐뚤빼뚤 글씨로 몇 줄 적힌 종잇조각이었대요. 1972년에 유진을 떠날 때쯤, 다니엘이랑 주고받았던 말들이 적혀 있었대요. 왠지 모르게 그걸 버리지 못하고 남겨뒀던 거지.
그 종이에 뭐라고 적혀 있었냐면...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예측한다."
"사람들은 예측은 덜 하고, 설명은 더 많이 한다."
"사람들은 좋든 싫든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사실에 맞는 설명이라면 뭐든 받아들인다."
"벽에 쓰인 글자는, 보이지 않는 잉크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미 가진 지식을 얻으려고 애쓰고, 새로운 지식은 꺼린다."
"인간은 확실성을 가진 존재인데, 불확실한 우주에 던져졌다."
"인간과 우주의 싸움은,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날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은, 원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얼핏 보면 시 같기도 한데, 다니엘이랑 모스가 새 논문을 쓰려고 구상하면서 떠올린 아이디어 조각들이었대요. 심리학 분야 말고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주고 싶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표현하려고 처음 시도했던 거죠. 이스라엘로 돌아가기 전에, 인간의 예측에 대한 논문을 쓰기로 계획했었거든요.
판단이랑 예측의 차이에 대해서는, 모스랑 다니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을 거예요. 그 사람들 생각에, 판단 ("저 사람은 용감한 이스라엘 군인처럼 보인다") 은 예측 ("저 사람은 나중에 용감한 이스라엘 군인이 될 거다") 을 의미하는 거였어요. 반대로, 예측에도 판단이 들어가죠. 판단 없이는 예측이 안 되니까요. 둘의 차이점은, 판단에 불확실성이 섞이면 예측이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아돌프 히틀러는 웅변가다" 라는 말은 그냥 판단이죠. 근데 "아돌프 히틀러는 나중에 독일 총리가 될 거다" 라는 말은 예측인 거예요. 적어도 1933년 1월 30일 전까지는 모든 게 불확실했으니까.
이 사람들이 쓰려고 했던 논문 제목이 《예측 심리에 대하여》였대요. 논문에 이런 내용이 나와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예측이나 판단을 할 때, 사람들은 통계 이론을 따르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몇 가지 단순한 '휴리스틱'에 의존하는데, 이게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할 때도 있지만, 심각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돌아보면, 이 주제는 다니엘이 이스라엘 군대에서 복무할 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아요. 당시, 신병들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누가 훌륭한 장교가 될지 예측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잘 맞히지 못했대요. 심지어 사관학교 교관들도, 어떤 장교가 전투나 훈련에서 뛰어날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한번은, 다니엘이랑 모스가 친구 아이들이 나중에 뭘 할지 그냥 재미로 예측해 봤는데, 너무 확신에 차서 술술 얘기하는 자신들을 발견했대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표성 휴리스틱'이라는 걸 이용해서 예측하는지를 밝혀내려고 한 거죠.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보여주려고 한 거죠.
근데 그러려면, 실험 참가자들한테 예측 과제를 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몇 가지 성격 특징만 주고, 어떤 학생들이 대학원에 갈지, 그리고 9개의 과목 중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예측하게 하는 거였어요. 먼저, 참가자들한테 각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을 예측하라고 했대요. 결과가 이랬대요.
경영학: 15%
컴퓨터 과학: 7%
공학: 9%
인문학 및 교육학: 20%
법학: 9%
도서관학: 3%
의학: 8%
물리 및 생명 과학: 12%
사회학 및 사회복지학: 17%
어떤 학생이 뭘 전공할지 예측하려면, 이 비율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죠. 그러니까, 어떤 학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전체 대학원생 중에서 15%가 경영학을 전공한다는 것만 알 때, 그 학생이 경영학을 전공할 가능성을 물어보면, 15%라고 답하는 게 맞다는 거예요. '기준율'을 볼 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는, 기준율이 답이다!" 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 거죠.
그럼,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알게 되면 어떻게 예측할까요? 다니엘이랑 모스는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근데, 어떤 정보를 줘야 할까요? 다니엘은 오리건 연구소에서 하루 종일 고민했대요. 밤을 새우면서, 결국 컴퓨터 과학을 전공할 것 같은 대학원생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이름을 "톰 W" 라고 지었대요.
톰 W는 머리는 좋은데, 창의성은 평범하대요. 질서정연하고 명확한 걸 좋아하고, 모든 걸 꼼꼼하게 계획하는 스타일이래요. 글쓰는 건 재미없고 딱딱하지만, 가끔 재치 있는 말장난이나 SF 소설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한대요.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남의 고통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한대요. 자기중심적이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하네요.
이제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요. 첫 번째 그룹 ("유사성" 그룹) 에게는, 톰 W가 어떤 분야의 대학원생이랑 비슷한지 평가하게 해요. 어떤 분야가 톰 W를 '대표'하는지를 확인하려는 거죠.
두 번째 그룹 ("예측" 그룹) 에게는, 추가 정보를 줘요.
"이 톰 W의 성격 묘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심리학자가 투사 검사를 해서 작성한 겁니다. 지금은 대학원생이고요. 톰 W가 지금 전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순서대로 나열해 주세요."
그리고, 톰 W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려줘요. 일단, 심리학자가 쓴 거고, 몇 년 전에 작성된 거니까요. 모스랑 다니엘은 걱정했어요. 이미 자기들도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유사성 판단 ("어, 쟤 완전 컴공 스타일인데?") 에서 바로 예측으로 넘어갈까 봐요. 기준율 (대학원생 중에 컴공 전공은 7%밖에 안 된다) 이나, 성격 묘사의 신뢰도 같은 걸 무시하고 말이죠.
다니엘이 톰 W 캐릭터를 완성한 다음 날 아침, 제일 먼저 연구소에 온 사람이 로빈 도스였대요. 통계학 전문가였는데, 엄청 꼼꼼한 사람이었대요. 다니엘이 톰 W 묘사를 보여줬더니, "다 읽고 나서, 씩 웃으면서 '컴퓨터광이구만!' 이러는 거예요." 다니엘은 그 말을 듣고 안심했대요. "아, 이 묘사가 오리건 학생들을 제대로 낚겠구나!" 생각한 거죠.
예상대로, 오리건 학생들은 톰 W가 컴퓨터 과학을 전공할 거라고 직감적으로 판단했고, 객관적인 데이터는 무시해버렸대요. 사람들이 전형적인 이미지에 휘둘려서 판단을 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모스랑 다니엘은 다음 질문을 던졌대요. "만약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이용해서 비합리적인 예측을 한다면, 완전 엉뚱한 정보를 주면 어떻게 될까?"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동안, 둘은 계속 웃음을 참지 못했대요. 결국 다니엘은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이름을 "딕" 이라고 지었대요.
딕은 30살이고, 결혼했고, 애는 없대요. 능력 있고, 적극적이고, 자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대요. 동료들한테 인기도 많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 다른 실험을 했대요. 예전에 다니엘이 히브리 대학교에서 했던 수업에서, 가방에 칩을 넣는 문제로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실험이 그거랑 비슷한 거였대요. 참가자들한테, 100명 그룹이 있는데, 70%는 엔지니어고, 30%는 변호사라고 알려줬대요. 이 100명 중에서 한 명을 뽑았을 때, 그 사람이 변호사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참가자들은 30% 라고 답했대요. 맞죠. 그럼, 100명 중에서 70명이 변호사고, 30명이 엔지니어면, 뽑힌 사람이 변호사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참가자들은 또 70% 라고 정확하게 답했대요.
근데, 뽑힌 사람이 "딕" 이라는 걸 알려주고, 딕에 대한 묘사 (전혀 쓸모없는 정보들이었대요. 딕이 뭘 하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는 정보들이었대요) 를 읽어주자, 참가자들은 50% 라고 답했대요. 두 직업의 비율에 대한 정보는 싹 무시하고, 엉뚱한 정보만 가지고 결론을 내린 거죠. 딕이 엔지니어나 변호사일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다니엘이랑 모스는 이렇게 썼대요.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랑, 쓸모없는 정보가 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무 정보가 없을 때는 '사전 확률'에 의존하지만, 쓸모없는 정보가 있을 때는 사전 확률을 무시한다."
《예측 심리에 대하여》 라는 논문에서, 이 사람들은 다른 문제들도 다뤘대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예측에 대해 확신을 갖게 만드는 요소들이, 오히려 예측 정확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거죠. 그리고 논문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니엘이 이스라엘 군대에서 복무할 때 생각했던 문제, 즉 신병을 어떻게 선발하고 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요.
비행 학교 교관들은 심리학자들이 추천하는 방식대로, 신병들에게 긍정적인 강화를 하려고 노력했대요. 훈련병이 비행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칭찬을 해줬대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관들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불평했대요. 오히려, 어려운 훈련에서 잘했을 때 칭찬을 해주면, 다음 훈련에서는 성적이 더 안 좋게 나왔다는 거예요. 심리학자들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냈대요. 교관들이 칭찬을 해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훈련병들이 칭찬을 들으면 너무 자신만만해져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고, 교관들이 진심으로 칭찬하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대요. 하지만 다니엘은 진짜 이유를 알아냈대요. 교관들이 아무 말도 안 해도, 훈련병들의 실력은 오르락내리락한다는 거예요. 이번에 좀 못했으면, 다음에는 잘하게 될 거고, 이번에 완벽하게 해냈으면, 다음에는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람들이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우리는 평생 남을 벌줘서 상을 받고, 남을 칭찬해서 벌을 받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죠.
초기 논문을 쓸 때는, 다니엘이랑 모스가 독자를 생각하지 않았대요. 그냥 심리학 학술지를 구독하는 몇몇 학자들만 읽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1972년 여름까지, 이 사람들은 인간의 판단과 예측 뒤에 숨겨진 비밀을 연구하는 데 거의 3년이나 썼대요. 자기네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던 예시들은, 심리학 분야에서 직접 가져왔거나,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이상한 테스트들이었대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확률 판단과 의사 결정을 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확신했대요. 그래서 연구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다음 단계의 주요 목표는, 이 연구를 경제 계획, 기술 예측, 정치적 의사 결정, 의료 진단, 법적 증거 평가 같은 수준 높은 전문 활동에 적용하는 것이다." 라고 연구 계획서에 썼대요. 이 사람들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편견의 존재를 인식해서, 편견에서 벗어나고, 편견을 줄여서,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랐대요. 세상 전체를 자기네 실험실로 만들고 싶었던 거죠. 실험 대상은 더 이상 학생들만이 아니라, 의사, 판사, 정치인까지 포함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근데 문제는,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유진에 머무는 동안, 연구에 대한 흥미는 점점 커졌대요. 다니엘은 이렇게 회상했어요. "바로 그 해에, 우리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존경하는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부교수였던 어프 비더먼은, 당시 방문학자로 와 있었는데, 1972년 초에 다니엘이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휴리스틱'과 '편향'에 대해 발표하는 걸 들었대요. 비더먼은 이렇게 회상했어요. "발표를 듣고 집에 가서 아내에게 '저 연구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굳게 믿었다. 심리학 이론으로 경제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보다 더 대단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왜 비합리적인 판단이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지를 설명해줬다. 모든 건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거였다."
비더먼은 모스가 미시간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냈대요. 당시 모스는 중요할 수도 있지만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 엄청나게 복잡한 통계 측정 문제에만 매달렸었다고 해요. "나는 절대로 모스를 버팔로에 불러서 통계 측정에 대해 강연해달라고 하지 않았을 거다." 비더먼은 말했어요. 아무도 관심 없어하고,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모스가 다니엘 카너먼이랑 같이 하는 새로운 연구는, 비더먼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대요. "과학 발전은 대부분 번뜩이는 순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즐거운 생각에서 나온다"는 비더먼의 생각을 확인시켜줬거든요. 그래서 비더먼은 모스를 설득해서, 1972년 여름에 오리건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길에 버팔로에 잠깐 들르라고 했대요. 일주일 동안 머무는 동안, 모스는 다니엘이랑 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5개의 다른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각 강연은 다른 학문 분야를 대상으로 했고, 청중들이 엄청 많이 왔대요. 15년 후인 1987년에 비더먼이 버팔로를 떠나 미네소타 대학교로 가기 전까지도, 사람들은 모스의 강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대요.
모스는 강연에서, 자기가 다니엘이랑 같이 연구해서 밝혀낸 여러 가지 '휴리스틱'에 대해 설명했고, 예측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대요. 비더먼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강연이었대요. "역사적 관점: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판단" 이라는 제목이었대요. 역사학 전공 학자들이 가득한 방에서, 모스는 손짓 발짓 섞어가면서, 자기가 다니엘이랑 함께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 행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설명했대요.
우리는 개인적인 삶이나 직장 생활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되잖아요. 왜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지, 왜 실험 결과가 저렇게 나오는지, 등등. 그런데, 보통 우리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 이유를 찾아내고, 가설을 세우고, 사실을 해석해서, 그 상황을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고 합리적으로 만들어버리죠. 외부 세계를 인식할 때도 마찬가지래요. 인간은 무작위 데이터에서 일정한 패턴이나 경향을 찾아내는 데 아주 능숙하대요. 상황을 쉽게 그려내고, 설명을 하고, 해명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능력과는 반대로, 사건의 가능성을 평가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때는, 힘들어한다는 거예요. 어떤 가설이나 설명을 받아들이면, 거의 예외 없이 그걸 확대 해석해서,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게 어려워진대요.
모스는 자기 생각을 말할 때, 꽤 완곡하게 표현했대요. 예전처럼 "역사책은 너무 지루해서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엉터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그가 마지막에 한 말은, 청중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을지도 몰라요. 역사학자들도 자기가 다니엘이랑 같이 연구해서 밝혀낸 인지적 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을 했거든요. "역사에 대한 판단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직관적인 판단이다." 라고 말했대요. 역사적 판단도 편향의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 모스는 히브리 대학교 대학원생이었던 바루크 피쉬호프가 진행하고 있던 연구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대요. 당시 리처드 닉슨이 중국과 소련을 방문한다고 발표해서,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랐었대요. 피쉬호프는 이 사건을 이용해서 테스트를 만들었는데, 닉슨의 방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게 했대요. 예를 들어, 닉슨이 마오쩌둥을 한 번 이상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미국과 소련이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소련 유대인들이 닉슨을 만나려고 시도하다가 체포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같은 것들이요. 닉슨이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 피쉬호프는 테스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다시 불러서, 예전에 했던 예측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했대요. 그랬더니, 기억에 심각한 왜곡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대요. 사람들은 자기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높게 예측하지 않았었대요. 그러니까, 결과가 이미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는, 사건이 자기가 예상했던 대로 일어났다고 착각한다는 거죠. 모스의 강연이 있은 후 몇 년 뒤에, 피쉬호프는 이 현상에 "사후 확신 편향" 이라는 이름을 붙였대요.
강연에서, 모스는 역사학자들에게 그들의 직업적인 위험을 지적했대요. 자신들이 보는 사실 (그리고 보지 못하거나 볼 수 없는 사실) 을 쉽게 받아들이고, 그 사실들을 이용해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거죠.
우리는 대부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지 못하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면, 모든 걸 예상했었던 것처럼 행동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쓴다는 거예요.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데, 이건 인간의 논리 추론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고 했대요. 그리고 그 결함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거죠. 그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곳이 아니라고 믿게 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결과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그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우리는 미리 예상할 수 있었어야 했다는 뜻이 되거든요.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건 세상이 불확실해서가 아니라, 우리 지능이 부족해서라는 결론을 내린다는 거죠. 항상 "내가 왜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자책한다는 거예요. 벽에 쓰인 글자는 항상 거기 있었을 텐데, 사람들이 그걸 볼 수 있느냐가 문제라는 거죠.
스포츠 해설가나 정치 평론가들은 자기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결론에 맞춰서 이야기를 바꾸고, 초점을 옮기기도 하잖아요. 역사학자들도 마찬가지래요. 무작위적인 사건에 억지로 규칙을 적용하는 거죠.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도 있대요. 모스는 이걸 "기어 다니는 결정론" 이라고 불렀고, 메모에 그 위험 중 하나를 이렇게 적었대요.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는 마음으로 어제를 바라보는 사람은, 내일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잘못된 방식으로 바라보면, 미래를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대요. 모스 앞에 앉아 있던 역사학자들은, 자신들의 "구성 능력" 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대요. 역사의 조각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 일이 나중에 예측 가능했던 일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역사학자들이 사건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고 나면, 유일하게 남는 질문은, "왜 당사자들은 미리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라는 것뿐이라는 거예요. 비더먼은 이렇게 회상했어요. "학교 역사학자들이 전부 모스의 강연을 들으러 갔는데, 끝나고 나올 때는 다들 풀이 죽어 있었다."
모스는, 사람들이 역사적 사건을 인식하는 방식 때문에, 과거의 일이 확실하고 예측 가능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대요. 비더먼은 이 말을 듣고 모스와 다니엘의 연구를 완전히 이해하게 됐대요. 이 연구가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했대요. 전문가가 불확실한 사건의 확률을 판단해야 하는 모든 분야에서 말이죠. 하지만, 다니엘과 모스의 생각은 아직 학문적인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어요. 교수, 학자, 특히 심리학 분야의 사람들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거죠. 히브리 대학교에서 조용히 연구만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어떻게 자신들의 중요한 발견을 다른 분야에 전파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대요.
1973년 초, 유진을 떠나 이스라엘로 돌아온 후에, 모스와 다니엘은 긴 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대요. 자기들이 발견한 모든 내용을 담아서 말이죠. 이미 완성된 4편의 논문에 있는 주요 내용을 모아서, 독자들이 직접 깨달음을 얻도록 하고 싶었대요. 다니엘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그냥 심리학 연구로 말이다. 그 안에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모스와 다니엘은 자기네 연구를 심리학 분야를 넘어서 확장하려면, 《과학》 잡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대요.
이 긴 논문은 쓰는 것보다 '만드는' 것에 더 가까웠대요. 다니엘은 "'한 문장'이 '하루'였다"고 회상했대요. 논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사람들은 자기네 생각을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연결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을 발견했대요.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였던 론 하워드가 쓴 논문 《허리케인 조작 문제에서의 의사 결정》이라는 논문이었대요. 하워드는 '의사 결정 분석' 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이었대요. 이 분야의 핵심 아이디어는, 의사 결정자는 다양한 결과에 대한 확률을 부여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의사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의 사고 과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살상력이 엄청난 허리케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예로 들자면, 정책 결정자들은 의사 결정 분석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미시시피 만 연안 지역 대부분이 허리케인 카밀로 큰 피해를 입었고, 이 허리케인은 더 큰 피해를 낼 수도 있었대요. 만약 뉴올리언스나 마이애미를 강타했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왔겠죠. 기상학자들은 허리케인의 위력을 약화시키고,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믿었대요. 바로 폭풍 속에 요오드화 은을 뿌리는 방법이었죠. 하지만, 허리케인을 조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래요. 정부가 개입하면, 허리케인으로 인한 모든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거든요. 아무 일이 없으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를 칭찬하지 않겠죠. 하지만, 큰 피해가 발생하면, 모든 사람들이 정부에게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죠. 하워드는 논문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들을 분석했는데, 다양한 결과가 일어날 확률을 추정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대요.
다니엘과 모스는, 의사 결정 분석가들이 허리케인 전문가의 생각을 통해 확률을 추론하는 방법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대요. 분석가들은 정부 내부의 허리케인 조작 전문가들에게 룰렛 게임을 시켰대요. 룰렛의 3분의 1 정도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대요. 그리고 "빨간색에 돈을 걸겠느냐, 아니면 허리케인이 30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낼 거라고 생각하느냐?" 라고 물어봤대요. 만약 담당자의 답이 빨간색이라면, 그건 담당자가 허리케인이 30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낼 확률을 33% 라고 생각한다는 뜻이 되는 거죠. 그러면, 분석가들은 담당자에게 또 다른 룰렛을 돌리게 한대요. 예를 들어, 빨간색 부분이 20% 밖에 안 되는 룰렛 같은 걸요. 이런 식으로 계속 조정을 하면서, 빨간색 부분의 비율이 담당자가 생각하는 확률과 일치할 때까지 계속하는 거죠. 이 사람들은, 허리케인 전문가들이 아주 불확실한 사건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예요.
다니엘과 모스는 이전 연구에서, 사람이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확률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증명했었대요.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체계적인 편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할 때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었대요. 예를 들어, 1973년에 큰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판단할 때, 사람들의 답은 자신의 기억이 얼마나 생생한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죠. 즉, 허리케인 카밀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강렬한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정확히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요? "우리는 의사 결정 분석이 언젠가는 주류가 될 것이고, 우리가 그걸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니엘은 말했대요.
의사 결정 분석 전문가들은 론 하워드와 함께,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는 스탠퍼드 연구소에 모여 있었대요. 1973년 가을, 다니엘과 모스는 비행기를 타고 스탠퍼드 연구소에 가서 그 사람들을 만났대요. 하지만, 자신들의 불확실성 이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대요. 10월 6일에, 이집트와 시리아 연합군이 아랍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서 이스라엘을 공격했대요. 이스라엘 정보국 군사 분석가들은 외국 군대의 공격, 그것도 연합군의 공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예요. 이스라엘 군은 기습을 당했고, 골란 고원에서는 이스라엘군 탱크 100여 대가 시리아군 탱크 1400대에 포위당했대요. 수에즈 운하 연안에서는 이스라엘 군인 500명과 탱크 3대가 이집트군 탱크 2000대와 병력 10만 명에게 끔살당했대요. 모스와 다니엘은 멘로파크에 있었는데, 시원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속에서, 이스라엘군이 전멸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대요. 둘은 곧바로 공항으로 달려가서, 제일 빠른 비행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돌아갔대요. 또 다른 전쟁에 뛰어들기 위해서 말이죠.